폴란드와 체코 등이 EU에 가입하면서 EU가 정한 회원국 국민간 물권거래와 인권보호 규정에 따라 소송 제기가 가능해졌기 때문.
그러나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는 독일인들과 ‘이제는 내 땅이므로 못 준다’는 폴란드인들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EU 확대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리운 내 고향=제2차 세계대전 후 포츠담회담에서 미국 등 전승국들은 독일과 맞붙은 폴란드 국경선을 독일 쪽으로 161km 옮겨놓았다. 이 때문에 독일 영토 약 10만km²가 폴란드 영토로 합병됐다.
폴란드는 합병 즉시 옛 소련의 지휘 아래 이 지역에 살던 100만명의 독일인을 강제로 추방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명의 독일인이 강간당하거나 살해됐다. 같은 시기 체코에서도 70만명의 독일인이 쫓겨났고 이 중 30만명은 질병과 학살 등으로 숨졌다.
지금은 폴란드 땅이 된 곳에서 살다가 쫓겨났던 클라우스 글로브나(71) 같은 실향민들은 이제 고향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제기된 반환 소송은 78건. 이 밖에 수백 건의 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폴란드 국경도시 레크니카에서 어린 시절 12년을 보냈던 글로브나씨는 “고향의 3층짜리 집을 되찾는 것은 나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의 새로운 침략=독일인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폴란드에선 비상이 걸렸다. 폴란드 언론들은 독일인들의 영토 반환소송을 ‘독일의 새로운 침략’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정치인들도 독일인들은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몇몇 도시는 영토 반환에 맞서 독일이 저지른 전쟁 피해를 보상받겠다며 산정위원회를 세웠다. 폴란드 브로츨라프대의 한 역사학 교수는 “폴란드가 EU에 가입했을 때 우리는 미래에 기대를 걸었다”며 “그러나 EU는 우리를 과거로 되돌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옛 독일인의 재산을 자신의 소유로 등기하지 않은 폴란드인들도 적지 않다. 법률적으로는 이 폴란드인들의 집과 토지는 독일인들의 소유인 셈이다. 몇몇 폴란드인들은 이미 재산을 빼앗기기도 했다.
글로브나씨의 고향집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얀 자르지츠키는 “집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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