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언론들 “한국,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55분


한국 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외 언론은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의 주간해외 언론동향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한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유일한 성장엔진인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돼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세계 6위의 석유 소비국인 한국이 고(高)유가로 인해 경제성장이 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높은 물가와 경기침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부가 성장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출호조를 소비로 이어줄 수 있는 촉매가 필요하며 적절한 조치 없이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7월 경제지표들이 한국의 경기둔화가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의 성장 추진력 부족은 정부 주장대로 경기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막대한 가계부채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정부는 기업투자와 소비 부양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7월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며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보이며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는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7월 소비자기대지수는 내수부진이 앞으로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통신은 “정부 관리들은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위기감을 노동운동가들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규제완화와 기업가정신 고취, 경기부양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노조가 그렇게 강력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숫자로만 보면 우려할 수 있지만 물가가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며 “전통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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