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에 ‘고언(苦言)’을 한 배경은….
“나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정책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평소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특히 관심 있는 것은 동북아 경제허브 실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건의를 한 것도 한국을 돕자는 뜻에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LG칼텍스정유 파업 등에서 드러나듯 일부 한국 국민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노사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 정책에 문제는 없다고 보나.
“노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다. 각 회사가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등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만 정부는 노사 문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회사나 노조에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고 원칙을 지켜 대처해야 한다.”
―최근 한국엔 팽배한 반(反)기업정서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은데….
“한국은 평등주의 의식이 강하다. 정부 안에서도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이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기업을 통해 성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을 통해 성장하려면 성장의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이에 맞도록 윤리관과 사회적 환경 등을 정비해야 한다.”
―한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생각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1980년대 장기불황) 동안에도 기술축적과 품질 개선을 계속해 왔다. 이게 일본을 지탱한 힘이다. 세계 3위의 도요타자동차도 연간 이익이 1조엔(약 10조원) 수준이지만 월급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이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상위 10개사를 합해도 R&D 투자액 규모가 도요타자동차에 못 미친다. 사회적으로도 땀 흘리는 일은 천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다카스기 회장은 와세다대 상학부를 졸업한 뒤 일본 후지제록스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1998년부터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을 맡고 있다. ‘지한파 일본 기업인’으로 꼽힌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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