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먼 이라크 두 ‘거물’…알라위-사드르

  • 입력 2004년 8월 16일 19시 09분


이라크 과도정부의 이야드 알라위 총리(59)와 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31). 정부와 저항세력을 대표하는 두 인물이 정치적 생명을 놓고 ‘외나무다리 결투’에 돌입했다. 같은 시아파이긴 하지만 이라크 정치지도자로서의 ‘적통(嫡統)’을 놓고 벌이는 시비다.

알라위 총리는 미군의 화력을 빌려 사드르 제거작전에 나섰다. 이달 4일부터 열흘 이상 사드르의 거점인 나자프를 포함해 이라크 남부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습했고, 사드르는 오른손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2차전은 설전(舌戰). 알라위 총리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인터뷰를 했고, 반미 항전을 외치는 사드르는 14일 범아랍권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TV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매체 선정부터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알라위 총리는 “이번 공습은 시아파 저항세력들이 회개하도록 만들어 이라크 사회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 시위 가담자일 경우 무기를 버리면 사면하겠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사드르는 “이라크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알라위 정부는 정통성이 없으며 그의 정책도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정권 때보다 더 나쁘다”고 쏘아붙였다. 또 “메흐디 민병대는 모든 이라크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항전하는 것”이라며 적통성을 강조했다. 알라위 총리는 사드르 회유에도 나섰다. 그는 “사드르가 원하면 그가 합법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며 “당장 내년 1월 총선에 사드르가 시아파 대표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드르는 “죽을 때까지 정치적 자리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미국이 배후에 있는 한 어떤 정치적 대화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드르의 강경방침은 ‘현 과도정부가 미국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정권’이라는 국민정서에 기초한다. 실제 영국 BBC방송은 15일 “예전에는 사드르의 노선에 반대했던 온건 시아파와 수니파까지 사드르의 저항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알라위 총리는 “현재 이라크의 혼란을 주도하는 세력은 일련의 테러범들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후세인 추종자들일 뿐”이라며 사드르의 정치적 기반 확대 기도를 견제하고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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