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아버지 몸빌어 송어새끼 ‘쑥∼’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7분


무지개송어의 원시생식세포가 산천어(사진) 수컷의 생식기에서 건강한 정자로 자라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무지개송어의 원시생식세포가 산천어(사진) 수컷의 생식기에서 건강한 정자로 자라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송어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인 산천어를 대리부(代理父)로 삼아 씨(정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처음 밝혀졌다.

일본 도쿄해양과학기술대 연구팀은 무지개송어의 배아에서 원시생식세포(PGC)를 얻어 산천어 수컷 생식기에 이식했다. PGC는 정자와 난자 어느 쪽으로도 분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세포. 실험 결과 PGC의 일부가 ‘무사히’ 정자로 자라났다. 다른 수컷의 ‘배’를 빌려 건강한 정자가 자라난 셈이다. 이 연구논문은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5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 산천어 수컷에서 정액을 채취해 무지개송어의 난자와 수정시켰다. 이 정액에는 무지개송어의 정자는 물론 산천어의 것도 포함돼 있었다. 수정에 성공해 건강한 무지개송어가 태어난 비율은 0.4%. 나머지는 산천어 정자와 무지개송어 난자가 결합된 탓에 태어나지 못했다.

연구팀은 내년에 같은 방법을 이용해 PGC를 난자로 자라게 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만일 성공한다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는 셈. PGC를 냉동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다른 암수의 몸을 빌려 정자와 난자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양식업계에도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의 요시자키 고로 박사는 “초밥 재료로 애용되는 참치의 경우 다 자란 것이 500kg을 넘어 양식장에서 기르기 어렵다”며 “만일 고등어에 참치의 PGC를 넣어 정자와 난자를 얻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수정된 참치를 양식장에서 어느 정도 기르다가 근해에 풀어주면 굳이 먼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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