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드레이크씨 “전쟁고아 돕다 숨진 미군들 기억해주길”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56분


5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6·25전쟁 참전 미군 조지 드레이크(왼쪽)가 23일 그의 도움으로 제주도로 피란 갔던 전쟁고아들을 만나 당시를 회고했다. 오른쪽이 이강훈씨. -김동주기자
5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6·25전쟁 참전 미군 조지 드레이크(왼쪽)가 23일 그의 도움으로 제주도로 피란 갔던 전쟁고아들을 만나 당시를 회고했다. 오른쪽이 이강훈씨. -김동주기자
“한국전쟁 당시 많은 미군들은 참혹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5만명이 넘는 한국 고아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이러한 미군들의 한국사랑을 기억하는 한국인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미국 CRC326부대 군인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51년여 만인 23일 한국을 다시 찾은 조지 드레이크(74)는 이날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미군의 도움으로 제주도로 피란을 갈 수 있었던 전쟁고아 3명을 만났다.

드레이크씨가 가져온 흑백사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 이강훈씨(71·사업)는 “전쟁 직후 부모도 잃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움을 준 미군들이 많았다”며 “전쟁고아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목숨을 잃은 미군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드레이크씨는 미국 워싱턴주 벨링햄시에서 ‘한국전쟁 어린이 기념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전에 참가해 한국 어린이들을 돕다가 희생당한 미군을 기념하는 추모 기념관이다.

드레이크씨는 “나를 포함한 참전 미군들은 다들 한국전쟁을 ‘잊고 싶은 전쟁’이라고 말한다”며 “끔찍한 전쟁터에서 아이들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미군이 많았지만 이들을 추모하거나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군들은 전쟁 당시 폐허가 된 한국 곳곳에 400개 이상의 보육원을 만드는가 하면 중공군 때문에 서울에 있는 전쟁고아들이 위험해지자 군용기로 아이들을 제주도로 피란시키기도 했다”며 “당시 피란 갔던 고아들이 이렇게 잘 큰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반세기 만에 찾은 한국을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고 표현한 드레이크씨는 “한국 정부가 기념관 건립에 무심한 편”이라며 “한국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다 목숨을 잃은 미군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레이크씨는 미국 일본 등 5년 동안 각지를 다니면서 수집한 2000여장의 한국 고아들에 관한 사진을 전쟁기념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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