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처음으로 카지노 휴양지 건설에 나선 싱가포르 정부가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 기준을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키로 했다.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저소득층엔 카지노가 출입금지 구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소득층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백만장자에게나 출입이 허용될 전망이다.
그는 “도박으로 인해 싱가포르의 가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러나 백만장자들이 중국 또는 인도의 백만장자 친구를 데려온다면 출입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카지노 출입 제한을 검토한 것은 카지노 휴양지 건설을 둘러싸고 불거진 상반된 여론 때문.
싱가포르인들은 매년 말레이시아 카지노에서 1억8000만달러(약 2079억원), 인도네시아 카지노에서 5억4000만달러(약 6237억원)를 쓰고 온다. 따라서 해외 카지노 원정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고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해 카지노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성직자들은 ‘청정 지역’인 싱가포르의 도덕적 가치가 훼손되고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자본 유출을 막으면서 여론도 무마하는 상반된 목표를 한꺼번에 이루기 위해 저소득층의 카지노 출입 제한이라는 궁여지책에 도달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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