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는 당일 오후 8시 반경 북한에 사는 삼촌과 연락하기 위해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난핑(南平)진 두만강가에 갔다가 강을 건너와 매복하고 있던 5명의 북한 보위부대원에게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가 납치된 현장 맞은편은 북한의 함북 무산군 칠성리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다 두만강에 몸을 던져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진씨의 남편 문모씨(27)는 “북한에 줄이 있다는 조선족의 안내로 삼촌에게 연락을 해 준다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기습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문씨는 “가까스로 중국 쪽 강기슭에 나왔을 때 건너편 북한 쪽 강변에서 아내의 비명이 들렸고 납치 현장에는 북한군 군화 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문씨와 진씨는 같은 북송 재일교포 집안 출신으로 사춘기 때부터 사귀어 온 사이. 문씨는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99년 아버지를 따라 탈북했고, 부인 진씨는 남편 문씨의 도움으로 2002년 10월 가족과 함께 탈북해 한국에 입국했다. 지난해 9월 뒤늦게 결혼식도 올렸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문씨는 “아내가 평소 입버릇처럼 백두산을 가 보고 싶다고 해 지난달 16일 방학기간에 신혼여행을 겸해 중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딸의 비보를 접한 진씨의 모친 김모씨(58·서울 노원구 공릉동)는 “두 살배기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끌려가 죽어도 자식이 보고파서 눈이나 감겠나”라며 통곡했다.
문씨는 “아들이 계속 엄마를 찾고 있는데 가슴이 터지는 것 같다”며 “사랑 때문에 두만강을 넘어 남쪽까지 와 아들 하나 남겨 두고…”라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국을 방문했다가 북한으로 납치된 사례는 진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초에는 김철훈(34) 신성심씨(25·여) 부부가, 같은 해 6월에는 북한 양강도 혜산 맞은편에서 남자 2명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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