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면책특권 없다”…칠레 대법원, 법정에 세울듯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9분


‘치매에 걸렸다’며 법정 출석을 회피해 온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88·사진)이 정식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칠레 대법원은 26일 “대법원 판사 전원의 표결을 통해 9 대 8로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치매에 걸린 피노체트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2000년 칠레 법원의 ‘치매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으로, 피노체트 통치기(1973∼1990)에 벌어진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법률적 단죄가 가능해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칠레 정부 대변인은 즉각 “1970년대 남미 좌파 척결을 위한 ‘콘도르 작전’의 배후조종 등 수많은 인권유린 행위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노체트 전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게 된 점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가 곧바로 그를 법정에 세울지, 새로운 의학 검진을 실시한 뒤 재판을 시작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한 TV 방송사와 장시간 인터뷰하고, 지난주 서점에서 혼자 책을 구입하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치매는 핑계’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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