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면서도 오랫동안 한국의 소록도 한센병 환자(나환자) 문제에 매달려 온 다키오 에이지(港尾英二·73·사진). 고령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다키오씨는 27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1931년 태어나 일본근대사를 전공한 다키오씨가 소록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일본의 한 대학 내 동양문화연구소에서 소록도 갱생원에 관한 자료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한국사람도 가기 힘든 소록도를 벌써 30차례나 방문했다.
“1995년 한국 유학생에게 부탁해 함께 소록도를 찾아갔을 때는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기도 했지요.”
그때 그가 만난 사람이 당시 병원장 오모씨. 당시 오씨는 ‘소록도 병원 80년사’ 편찬을 준비 중이었고 다키오씨에게 일본에 있는 자료 제공을 부탁했다. 이후 그는 일본 각처에 흩어져 있던 소록도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고 300여쪽에 달하는 ‘조선 한센병사(史)’라는 책도 펴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식민지하 조선에서의 한센씨병 자료 집성’이라는 전10권짜리 저서 가운데 8권까지를 이달 초 펴냈다.
다키오씨는 대한변협이 한센병 환자 배상과 관련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는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선 한국 내에서의 여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다른 전후 보상 소송은 (일본 정부가) 한일협정으로 다 끝났다거나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해 실패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제는 한국 내 상황. 일본 정부가 배상할 경우 1945년 이후 한국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소록도에서의 인권 유린 사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우려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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