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美 국방차관실 연루 스파이 수사

  • 입력 2004년 8월 29일 19시 19분


미국 국방부 소속 정보분석가가 국방부 최고위 간부들로부터 이란 관련 정보를 캐내 이스라엘에 넘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간첩 용의자가 이란에 대한 백악관의 정책 검토사항이 포함된 비밀자료들을 이스라엘에 제공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사건 개요=언론들은 FBI 수사팀이 1년 전부터 수사에 착수해 도청 정보와 비밀 감시자료 및 사진 등을 확보했으며 간첩 용의자는 비밀자료를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적활동위원회(AIPAC)를 통해 이스라엘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용의자가 지난해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토론 중이던 초안 단계의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에 관한 대통령의 지시를 빼내 넘겼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FBI 수사관들은 이스라엘이 이 정보분석가를 이용해 미국의 이라크전에 관한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용의자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국방정보국(DIA)에서 이란 관련 정보를 다뤘고 공군 예비역 대령으로 전역한 뒤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차관의 국방부 내 정책 관련 부서로 자리를 옮겨 이란 관련 정보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이스라엘 반응=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실은 28일 “이스라엘은 미국 내 첩보활동에 연루되지 않았다”면서 미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 관리들도 1985년 미 해군 정보분석관 조너선 폴라드가 간첩죄로 투옥된 이후 이스라엘의 대미 첩보활동이 20년째 중단돼 있다고 주장했다.

유대계 미국인 폴라드씨는 수만건의 미국 1급 기밀을 빼내 이스라엘에 넘겨준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AIPAC는 어떤 단체=50여년 전 결성돼 미국 전역에 6만5000여명의 회원을 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AIPAC 대표들은 미 의회 관계자들과 매년 2000회 이상 만나며 친이스라엘 정책의 입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단체는 이런 활동이 미국 시민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AIPAC는 자신들의 임무가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지하면서 이스라엘과 강력한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라며 간첩 혐의를 부인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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