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한국진출 포기로 알아본 일본 공연시스템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24분


한국뮤지컬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28일 돌연 ‘한국시장 진출 포기’를 공식적으로 밝힌 일본 최대 극단 ‘시키(四季)’.

비록 이번에는 무산됐지만 ‘시키’의 한국진출 움직임은 국내 뮤지컬계와 공연산업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지원 없이 민간자본 유치와 공연수입만으로 연 매출액 2500억원, 공연 횟수 3000회의 살림을 꾸려가는 공룡 극단 ‘시키’의 성공비결은 수준 높은 배우 질 관리, 효과적인 극장배치, 고객 친화형 경영 세 가지로 압축된다.

▽배우훈련=30일 오전 9시 일본 요코하마 인근 아자미노의 시키(四季)예술센터. 신인 배우부터 20년 경력 배우까지 150명이 땀 흘리며 발레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당일 공연이 있는 배우를 제외한 모든 시키 단원들은 이처럼 매일 레슨을 받는다.

‘시키’ 공연에서 앙상블의 수준이 고르게 뛰어난 것은 이 같은 훈련 덕분이다. 발레가 끝나면 정확한 대사전달을 위한 개구발성(開口發聲) 훈련을 한다. ‘시키’는 매년 1억 엔(약 10억원)을 배우훈련을 위해 사용한다.

조총련계 한국인으로 1996년부터 ‘시키’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승락씨는 “‘시키’는 TV 출연 등 극단 외부활동을 일절 허락하지 않는 대신 단원들이 공연만 하고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전용 극장=‘시키’는 1983년 ‘캣츠’의 장기공연을 텐트 극장에서 성공시킨 뒤 이를 발판으로 뮤지컬 전용극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에 9개의 전용극장을 두고 있다. 극장을 지을 때 강조되는 것은 ‘접근성’. 교토의 경우 아예 신칸센 역사에 극장이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으며 정부 지원은 일절 받지 않았고 일본국철(JR)이나 대기업인 덴츠사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롱런 작품이 많다 보니 작품 별 특성에 따른 전용극장을 짓기도 한다. ‘라이언 킹’은 도쿄의 전용극장에서 6년째 상영 중이며 ‘캣츠’ 전용극장도 도쿄에 건설 중이다.

▽관객 서비스=‘시키’의 공연 당 유료관객 비율은 평균 98%. 유료관객 비율이 80% 이하로 떨어지는 레퍼토리는 공연을 내린다. 관람료 수입에 절대의존 하는 만큼 관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치밀하다. ‘시키’의 모든 극장에는 10석 안팎의 ‘모자보건실’이 있다. 통유리로 된 모자보건실은 방음 및 음향시설이 돼 있어 아이가 울어도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기혼 여성관객에게 특히 인기다.

시키는 또 3개의 투어 팀을 구성해 전국 각지의 구민회관 등에서 무료 어린이 공연을 꾸준히 펼쳐왔다. 미래의 관객인 어린이들이 일찌감치 뮤지컬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투자다.

한눈에 보는 시키
총 직원배우600
스태프200
행정직200
1000명
한국어 가능한 인력배우(재일동포 포함)25명(한국 출신 배우 19명 포함)
스태프3명(한국 스태프 2명)
28명
연매출액 2500억원
연 공연 횟수 2800회
연 관객수 약 260만 명
후원회원 수 약 17만 명
전용극장 수 9개(2개 추가 건설 중)

도쿄=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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