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번에는 무산됐지만 ‘시키’의 한국진출 움직임은 국내 뮤지컬계와 공연산업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지원 없이 민간자본 유치와 공연수입만으로 연 매출액 2500억원, 공연 횟수 3000회의 살림을 꾸려가는 공룡 극단 ‘시키’의 성공비결은 수준 높은 배우 질 관리, 효과적인 극장배치, 고객 친화형 경영 세 가지로 압축된다.
▽배우훈련=30일 오전 9시 일본 요코하마 인근 아자미노의 시키(四季)예술센터. 신인 배우부터 20년 경력 배우까지 150명이 땀 흘리며 발레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당일 공연이 있는 배우를 제외한 모든 시키 단원들은 이처럼 매일 레슨을 받는다.
‘시키’ 공연에서 앙상블의 수준이 고르게 뛰어난 것은 이 같은 훈련 덕분이다. 발레가 끝나면 정확한 대사전달을 위한 개구발성(開口發聲) 훈련을 한다. ‘시키’는 매년 1억 엔(약 10억원)을 배우훈련을 위해 사용한다.
조총련계 한국인으로 1996년부터 ‘시키’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승락씨는 “‘시키’는 TV 출연 등 극단 외부활동을 일절 허락하지 않는 대신 단원들이 공연만 하고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전용 극장=‘시키’는 1983년 ‘캣츠’의 장기공연을 텐트 극장에서 성공시킨 뒤 이를 발판으로 뮤지컬 전용극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에 9개의 전용극장을 두고 있다. 극장을 지을 때 강조되는 것은 ‘접근성’. 교토의 경우 아예 신칸센 역사에 극장이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으며 정부 지원은 일절 받지 않았고 일본국철(JR)이나 대기업인 덴츠사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롱런 작품이 많다 보니 작품 별 특성에 따른 전용극장을 짓기도 한다. ‘라이언 킹’은 도쿄의 전용극장에서 6년째 상영 중이며 ‘캣츠’ 전용극장도 도쿄에 건설 중이다.
▽관객 서비스=‘시키’의 공연 당 유료관객 비율은 평균 98%. 유료관객 비율이 80% 이하로 떨어지는 레퍼토리는 공연을 내린다. 관람료 수입에 절대의존 하는 만큼 관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치밀하다. ‘시키’의 모든 극장에는 10석 안팎의 ‘모자보건실’이 있다. 통유리로 된 모자보건실은 방음 및 음향시설이 돼 있어 아이가 울어도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기혼 여성관객에게 특히 인기다.
시키는 또 3개의 투어 팀을 구성해 전국 각지의 구민회관 등에서 무료 어린이 공연을 꾸준히 펼쳐왔다. 미래의 관객인 어린이들이 일찌감치 뮤지컬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투자다.
한눈에 보는 시키 | ||
총 직원 | 배우 | 600 |
스태프 | 200 | |
행정직 | 200 | |
총 | 1000명 | |
한국어 가능한 인력 | 배우(재일동포 포함) | 25명(한국 출신 배우 19명 포함) |
스태프 | 3명(한국 스태프 2명) | |
총 | 28명 | |
연매출액 | 2500억원 | |
연 공연 횟수 | 2800회 | |
연 관객수 | 약 260만 명 | |
후원회원 수 | 약 17만 명 | |
전용극장 수 | 9개(2개 추가 건설 중) |
도쿄=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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