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크로드 환심 사기’=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28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5개국 외무장관과 합동 회담을 갖고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4개국은 ‘중앙아시아 협력기구(CACO)’를 구성해 주요 현안에서 보조를 맞춰 온 반면 영세중립국을 선언한 투르크메니스탄은 교류에 소극적이었는데,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반년 이상 공들여 5개국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 타지키스탄 외무부 장관은 “일본이 이 지역의 협력 분위기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며 치켜세웠다.
일본 정부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옛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1991년 이후 2600억엔(약 2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실시하는 등 공을 들여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 외에 이 일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역사적 경쟁자’ 러시아와 중국의 각축=역외(域外) 열강의 중앙아시아 진출에 냉가슴을 앓던 러시아는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 가입을 성사시키면서 일단 한시름을 덜었다. CACO 4개국은 러시아를 새 회원국으로 영입키로 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러시아로서는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병력을 주둔시켜 온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러시아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슷한 형태의 카르텔을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중국도 정치 및 경제 분야의 교류를 늘려 중국 서부권과의 일체화를 시도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6월 동유럽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즈베키스탄에 들러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SCO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와 함께 발족한 안보대화기구. 뉴욕 타임스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야심은 안전한 원유공급처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 지역을 신장 자치구와 이어지는 ‘또 다른 서부’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 기조=현재 테러전을 명분으로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에 병력 1만8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의 전략구상은 ‘Russia Down(러시아의 기득권을 줄이고)’, ‘China Out(중국의 지역영향력을 차단하며)’, ‘America In(미국은 개입한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영구 주둔시킬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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