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 前뉴욕시장 “反戰외칠땐 언제고”…케리 전쟁관 비난

  • 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20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달 30일 연설자들은 일제히 민주당 존 케리 후보에게 ‘총구’를 겨눴다. 민주당의 텃밭인 뉴욕에서 ‘9·11테러’를 집중 거론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첫날 주제인 ‘용기 있는 나라’에 맞춰 ‘테러’와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올바른 비전을 갖고 있는 강력한 지도자’로 소개됐다.

마지막 연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케리 후보는) 언제는 자신이 반전(反戰) 후보라고 하더니 지금은 전쟁에 찬성한다고 한다”면서 “앞으로 (대선까지) 64일 남았으니 그가 입장을 최소한 서너 번 더 바꿀 시간이 있다”고 비꼬았다.

9·11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 테러 수습에 나섰던 그는 “테러 당일 세계무역센터 노스타워 아래에서 빌딩을 올려다보니 101층, 102층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며 악몽을 떠올리도록 했다. 이어 “옆에 있던 버나드 케릭 경찰국장의 팔을 붙잡고 ‘신이여, 부시가 우리 대통령이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고 말해 공화당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당대회 첫날 연설자들은 특히 공화당원들보다는 TV 중계를 통해 대회장면을 지켜보는 부동층 유권자들을 겨냥해 ‘러브콜’을 날렸다.

부시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자주 드러내 중도파 및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쟁에 관해 “그 임무는 필요했으며 성공 가능한 것이었고 숭고한 것이었다고 강하게 믿는다”는 말로 부시 대통령을 지원했다.

2000년 공화당 대선후보 예선 때 부시 대통령에게 졌던 매케인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과의 견해차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부동표를 겨냥해 “우리는 처음도 미국인, 마지막도 미국인, 언제나 미국인”이라며 “차이점을 놓고 논쟁하지만 우리는 적이 아니며 진짜 적과 싸우는 동지”라고 말해 반(反)부시 대통령 세력에 접근을 시도했다.

24시간 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대회장은 보안검색이 강화돼 입장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으며 전 세계에서 몰려든 1만5000여명의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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