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 정치인은 평생 현역이다.”
리덩후이(李登輝·사진) 전 대만 총통의 일본 방문을 허용하느냐 여부로 일본 정부 여당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만 독립파인 그의 방일을 견제해 온 중국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3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리 전 총통은 최근 측근을 통해 “9월 말경 가족과 함께 관광차 일본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에게 비자 발급을 요청했다.
방일을 용인하자는 측은 현역 정치인이 아닌 개인 자격 방문이며, 관광차 가족을 동반하는 여행조차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어에 능통한 지일파로 통하는 리 전 총통은 2001년 4월에도 신병치료차 방일한 적이 있다. 당시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인도적 목적’을 들어 비자를 발행해 주도록 했다. 중국이 크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반대파는 관광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은 12월 11일 대만 입법위원(국회의원에 해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본다. 일본 방문을 실현해 우호적인 대만-일본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당 ‘대만단결연맹’ 후보의 약진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무성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9월 25일 중국 주일대사로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차관에 해당)이 부임하는 데다 9월 말은 북핵 관련 6자회담이 열릴지도 모르는 시점이다. ‘사소한 일로’ 자칫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회담에서 일본에 불리함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파의 목소리가 워낙 커 리 전 총통의 3년여 만의 방일은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큰 형편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