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리야 이라크人에게 한국은 은혜의 나라”

  • 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56분


이라크 파병 의료부대인 제마부대 2진으로 지난해 10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파병된 해군 간호장교 김명자 대위(가운데)가 동료와 함께 이라크 어린이에게 약을 먹이고 있다.-연합
이라크 파병 의료부대인 제마부대 2진으로 지난해 10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파병된 해군 간호장교 김명자 대위(가운데)가 동료와 함께 이라크 어린이에게 약을 먹이고 있다.-연합
“마스크를 썼지만 입안으로 파고드는 시커먼 모래 바람, 지치고 병들었으며 때로는 나를 속이기도 했지만 순박한 이라크 환자들, 사탕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이라크 아이들….”

제마부대 2진으로 이라크 남부 도시 나시리야에서 2003년 10월 중순부터 6개월간 의료 활동을 벌이다 올해 4월 29일 귀국한 해군 간호장교 김명자 대위(31)가 국방부 홈페이지에 파병기록을 풀어놨다.

제마부대의 의료시설과 진료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나시리야 시내에서 도보로 3시간 이상이 걸리는 제마부대에는 하루 150명이 넘는 이라크인 환자가 몰려들었다. 바사르, 나자프 등 인근 지역에서 4일을 걸어온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김 대위는 가스 폭발로 다리를 제외한 전신에 2∼3도의 중화상을 입고 제마부대를 찾아온 30대 여성 환자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제마부대 전 의료진이 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달려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더 정밀한 치료를 위해 바그다드에 있는 이탈리아군 종합병원으로 후송된 지 얼마 후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이 날아들었다는 것.

이 환자는 “한국인에게 너무 감사하다. 두 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은혜의 나라 한국에 꼭 가 볼 수 있도록 하라”고 남편에게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져 김 대위를 비롯한 제마부대원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김 대위는 “나시리야의 이라크인들에게 한국군은 점령군이 아닌, 그들과 함께한 친구들이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간호사관학교 36기인 김 대위는 해군 포항병원 외과 간호장교로 복무 중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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