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중일 ‘평형의 관계’ 지향해야

  • 입력 2004년 9월 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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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나타난 중국 팬들의 강렬한 반일감정은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긴장관계를 또 한번 드러낸 것이었다.

중국의 국가이익에서 정상적인 중일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안정적이며 통제할 수 있는 중일 정치관계를 구축하면 일본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안전과 평화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양국간 경제발전도 빨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의 미래는 예기치 않은 중대한 곤란이나 심지어 위험에까지 처하게 될 것이다.

미일 군사동맹과 대만 문제도 정상적인 중일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두 문제 모두 중국의 최우선 국가 현안으로 대두했다. 중일관계가 제대로 되면 중국의 대미관계가 중대한 곤란을 겪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대만 문제는 앞으로 수년 내 중일관계의 핵심 사안이 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이 일본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본도 정상적이고 건설적인 중일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 중국이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정상적이고 안정적이며 통제 가능한 중일 정치관계가 없다면 일본은 절대 심리적·실체적인 안전을 기할 수 없다. 결국 미일 군사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며 더욱 강한 군사력을 가지려 할 것이다.

중국과의 정치적 긴장관계가 계속된다면 일본은 절대 진정한 ‘정상 국가’ 지위를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정상 국가는 반드시 이웃 나라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격화되고 있는 전략적 문제가 있고 또한 비정상적으로 오래 끌어온 역사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중국의 역사 문제에 대한 합리적 요구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한다. 최근 수년간 일본 총리는 반복적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관계를 더욱 후퇴시켰다.

정상 국가는 국제정치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자국의 대외 행위를 해당 지역의 다른 국가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특히 이웃 나라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 일본의 미래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1997년 전략적·군사적으로 중요한 미일 신(新)안보지침을 체결하면서 중국에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고 일본은 경제대국뿐만 아니라 정치대국 지위와 이에 상응하는 군사적 권리를 획득하려 한다. 이 같은 구조적이며 중첩적인 변화로 인해 지역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중대한 전략적 모순이 출현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창조적이고 새로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중일간의 오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상호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실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위해 협조를 하고 점차적으로 다자간 경제협력 및 안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중일 정치관계는 대단히 복잡하지만 ‘내재적인 평형의 관계’로 조정돼야 한다. 전략적으로 상호 경계하면서 국익을 놓고 경쟁하더라도 긴장과 위기를 방지·통제하고 의심을 줄이며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에 가장 역동적인 이 지역에서 위험을 통제 완화하고 공동 안전을 실현할 수 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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