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와 그를 따르는 메흐디 민병대에 의해 4월 초와 8월 초 두 번에 걸쳐 시작된 ‘나자프 사태’는 80여일 동안 최소 600명이 죽고 1000여명이 다치는 피해를 낳았다.
▽가장 큰 수혜자=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지난달 30일 사설을 통해 ‘나자프 사태의 최대 승자는 알리 알 시스타니’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과도정부 소속 국민회의 대표단이 사드르에 평화안은 제의했다가 거부당한 반면 시스타니의 제안은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라크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종파 시아파의 수장으로 입지를 확고히 했고, 미군과 과도정부가 어찌할 바를 모르던 사드르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떠올랐다.
“나자프로 집결하라”는 그의 한 마디에 26일 수만 명의 시아파가 나자프로 모여들어 아직 이빨이 빠지지 않은 ‘호랑이’임을 과시했다. 그는 향후 이라크 정국의 열쇠를 거머쥐고 있다해도 무방하다.
▽실(失)보다 득(得)=사드르는 나자프 사태로 그를 추종하는 메흐디 민병대원 상당수를 잃었다. 그러나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다는 지적. 4월 1차 봉기에 이어 8월 2차 봉기를 지휘하면서, 그는 추종세력을 더욱 단결시켰다. 8월17일엔 이라크 전역에서 지지자 수천 명이 모여 이맘 알리 사원에서 인간방패를 만들며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항하는 대표적 투사’로 떠오른 상태다.
정치세력화와 신변안전을 보장받은 것도 사드르의 최대 성과. 그는 나자프 사태 이전만 해도 과도정부에 의해 살인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그러나 과도정부가 그에게 더 이상을 죄를 묻지 않겠다고 약속해 사드르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또 내년 1월 실시 예정인 총선에 정당을 설립하고, 지지자들을 출마시켜 정치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해 2마리 토끼(신변 보장과 정치세력화)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 됐다.
▽이미지만 구겨=반면 이야드 알라위 과도정부 총리는 민족간 전면 충돌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의 꼭두각시란 ‘꼬리표’도 떼지 못했다. 사드르와 협상에 실패해 정치력의 한계까지 드러냈다. 알자지라가 나자프 사태를 계기로 1000명의 이라크 국민들을 인터넷 설문조사한 결과 55%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도정부와 알라위 총리를 영원히 불신하게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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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갑기자 gd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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