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질사태]어린이-여성등 31명 전격석방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24분


러시아 북(北)오세티야 공화국의 학교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350여명을 인질로 잡은 테러범들이 2일 여성과 어린이 31명을 석방했다. 학생 15명이 석방된 인질극 첫날(1일)에 이어 이틀째에도 인질들이 풀려나자 사건 해결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있어 두렵다”며 “인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일 열린 유엔 안보리는 인질범들에게 “인질들을 무조건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긴박한 대치 상황=AP통신은 2일 “인질범들이 억류하고 있던 인질 350여명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유아 등 26명이 1차로 풀려난 후 다시 5명이 추가로 석방됐다”고 전했다. 무장한 인질범이 직접 한 아이를 안고 학교 밖에 나와 차에 태워주는 모습이 러시아 TV에 방송됐다.

현장에서 150m 떨어진 회관에서 이틀째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인질의 가족들은 석방 소식에 환호성을 올리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러시아 군경과의 대치 상황은 진행 중이다. 인질범들은 몇몇 어린이들을 창가에 세워 러시아 군경의 저격을 막는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

인질범들은 인질 석방에 앞서 자신들이 1명 피살되면 어린이 50명을, 1명이 부상하면 20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북오세티야 공화국 내무부는 밝혔다. 이날 학교 인근에서 두 차례 큰 폭발음이 들리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또 간헐적인 총성과 폭발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신들은 교전으로 16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인질범들의 대변인격인 인물과 전화통화한 결과 이들은 체첸 반군이라고 보도했다. 이 인물은 자신들이 악명 높은 체첸 반군 사령관 샤밀 바사예프가 이끄는 ‘제2그룹’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지지부진한 협상=인질범의 수는 15∼24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학교를 장악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자신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협상 라인을 텄다. 2002년 모스크바 오페라극장 인질극 때 체첸 반군과의 협상을 중재했던 소아과 의사 레오니드 로샬을 불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은 2일 오전 3시경 돌연 중단됐고 AP통신은 전했다. 드주가예프 북오세티야 공화국 대통령은 인질범들의 요구조건이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인질범들은 물과 음식을 넣어주겠다는 제안도 거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성명을 내고 “각국 정부는 어린이 인질 및 모든 테러행위의 범죄자와 범죄기구 및 후원자를 단죄하기 위해 노력하는 러시아 정부와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 희생자와 러시아 국민을 위로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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