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의 전쟁=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전쟁 사령관의 역할을 자임했다. 푸틴 대통령은 때맞춰 체첸반군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체첸반군도 중동의 테러범들을 닮아갔다. 전에 사용하지 않던 ‘자살폭탄’ 공격에 나선 것. 2002년 모스크바 오페라극장 인질극과 2003년 그로즈니의 자살폭탄 공격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아무런 요구도 없는 최근 체첸반군의 테러는 9·11 테러범들과 같은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체첸반군의 목적은 협상이 아니라 러시아 자체의 파괴에 있다는 것이다.
▽알 카에다와 연계 가능성=BBC는 체첸반군이 알 카에다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2002년 러시아군에 피살된 체첸반군 지도자 중 ‘카타브’라는 인물은 옛 소련과 싸웠던 무자헤딘 출신이라는 것.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르게이 마르코프 모스크바 정치연구소장은 “기존 체첸반군보다 훨씬 강력한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체첸반군의 새 조직은 국제적인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불안해진 러시아=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체첸과의 갈등은 끝났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인질극으로 푸틴 대통령의 말은 무색해졌다. 전례 없이 외부의 도움(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에 의존할 정도가 됐다.
특히 러시아 국민은 러시아 전역이 무차별 테러 무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있다. 러시아 핵에너지장관은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경비를 강화했고 베로네츠시는 주말의 축하행사를 취소했다.
러시아의 부패가 테러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BBC는 500루블(약 2만원)이면 체첸반군이 폭발물을 갖고 군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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