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허용 상한선인 3%를 3년 연속 웃도는 수치다.
같은 날 프랑스는 8월 실업률이 7월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재무장관은 올해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을 당초 예상치인 1.7%보다 높은 2.5%로 수정했다. 경제 회복으로 일자리가 생기고 있는 추세다.
경제 전망만 놓고 보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희비가 엇갈려야 정상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표정이 밝지 않다.
슈뢰더 총리는 경제가 나빠 골머리를 앓고 있고, 시라크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져 고민에 빠졌다.
독일에선 높은 실업률, 복지 축소 등으로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특히 5명 가운데 1명이 실직 상태인 동독 지역의 민심 이반이 두드러진다. 지방 선거를 3주 앞둔 설문조사에서 브란덴부르크에서는 옛 동독공산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이 제1당으로 떠올랐다. 작센주에서도 사민당은 민사당에 밀렸다.
전통적으로 사민당을 지지해온 독일노조총연맹(DGB)도 복지감축에 반발해 2006년 총선에서 사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슈뢰더 총리는 최근 동독지역을 방문했다 달걀 세례를 받고, 손찌검을 당하는 불상사까지 겪었다.
시라크 대통령의 고민은 성격이 다르다. 경제 회복이 정적(政敵)인 사르코지 재무장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 올해 초 개각 때 시라크 대통령은 내무장관으로 인기가 높던 사르코지 장관을 재무장관에 앉혔다.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사르코지 장관의 인기를 떨어뜨리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사르코지 장관은 공기업 민영화, 소비세 인하 등 공격적인 정책으로 경제회복을 이끌어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 지난달 말 정치인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사르코지 장관의 호감도는 60%로 시라크 대통령의 49%보다 월등히 높았다.
1일 사르코지 장관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총재 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여당 총재에 오른 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겠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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