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어 獨대사 “한국, 국제관계서 혼자 서있어”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48분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는 2일 한국의 대외 정치 상황과 관련해 “한국과 독일 양국의 정치 지도자를 보면 유사점이 많으나 두 나라의 대외 정치 상황은 매우 다르며 대외 관계 측면에서 한국은 홀로 서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이어 대사는 이날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강연을 통해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둘 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도움 없이 법학을 공부했다”면서 “의회에서 안정적 다수를 확보하고 있으나 여론조사 결과가 부정적이고 야당 총재가 여성이라는 점도 양국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이어 대사는 이어 “하지만 독일은 주변국이나 북미 대륙의 파트너 국가와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거의 홀로 서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독일처럼) 통일을 기원하고 있지만 관련국과의 관계는 독일처럼 강력하지 못하고 우호 관계에서도 독일과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독일은 어려운 변화의 시기를 프랑스 등 주변국과의 강력한 관계와 우정을 통해 헤쳐 왔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화해는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가이어 대사는 양국의 산업구조와 관련해 “한국과 독일의 산업 생산구조는 상당히 유사하며 양국간 교역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한국은 서비스산업 분야와 지식사회로의 진전에서 독일보다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투자가들도 중국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한국도 가능하면 빨리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특혜적 위치를 선점해야만 앞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이어 대사는 이어 “독일은 유럽연합(EU) 가운데 한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100개 이상의 독일 기업이 한국에 50억유로 이상을 투자해 10만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10년 전에는 한국 고등학생의 40%가량이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으나 지금은 8%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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