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푸틴…인질규모 축소의혹 등에 국민들 분노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46분


베슬란 인질 참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번 사태를 포함해 지난 2주 동안 여객기 동시 추락사건 등 러시아 전역에서 잇따라 일어난 테러로 숨진 시민만 500명이 넘는다.

그동안 “체첸 사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진 것.

국민은 특히 인질사태 대응에서 보여 준 정부의 무능에 분노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사건을 축소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질극이 발생하자 러시아 당국은 처음엔 “인질이 200∼3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태가 유혈참극으로 끝난 후 사상자만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부터 인질 규모를 축소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인구가 3만5000명밖에 되지 않는 소도시에서 집집마다 탐문조사를 해도 인질 규모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국을 질타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판적인 국내외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즈베스티야에 압력을 넣어 편집인을 사임시켰고 아랍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TV의 아므르 압둘 하미드 모스크바 지국장도 현장 촬영 필름을 갖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다 당국에 체포됐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푸틴 정부에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 줬다.

10여개 민족이 모여 사는 북오세티야를 포함한 카프카스 지역의 민족분규 가능성과 종교 분쟁(러시아정교도 대 이슬람교도) 발생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5일 “카프카스지역에 혼란이 발생한다면 즉각 개입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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