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산업의 전통적인 강자인 쿠바 자메이카 등 중미의 ‘사탕수수 국가’들과 수십년간 이들을 돌봐 주던 유럽의 쇠퇴 조짐이 뚜렷해진 반면 독주를 하고 있는 브라질에 이어 호주 태국 등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등은 자유무역을 내세워 전통적 강국들의 가격담합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달 연간 14억달러에 이르는 유럽연합(EU)의 설탕 수출 보조금이 불공정 관행이라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이는 브라질 호주 등 25개 회원국이 똘똘 뭉쳐 EU를 상대로 제소한 데 대한 첫 판정. 올 연말 최종 판정에서 EU의 수출 보조금 폐지는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은 “미국 EU 등이 설정한 설탕 수입 쿼터를 없애면 전 세계적으로 47억달러 정도의 새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며 “설탕 수출이 늘게 될 브라질 등 제3세계에서는 1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보조금이 완전 폐지되면 브라질의 설탕 수출이 한해 200만t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쿠바 등 카리브해 연안과 아프리카, 태평양 연안의 설탕 생산국들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자신의 영향권에 있는 이들 나라의 설탕을 국제 시세보다 3배 이상 비싸게 수입해 왔기 때문. 이미 EU의 설탕 보조금 폐지 가능성 때문에 중미의 설탕산업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쿠바의 경우 지난해부터 설탕 관련 공장의 40∼50%가 사실상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의 설탕업체들은 정치헌금을 쏟아 부으며 설탕을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농업에서 설탕산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정치헌금 규모는 담배를 제치고 가장 많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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