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북오세티야공화국 인질 참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테러와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을 앞두고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이곳에서 수십만명의 군중을 모아놓고 결전 의지를 다졌다.
요즘 러시아 관영 방송은 온종일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를 상영하고 거리에는 삼엄한 경비와 검문검색이 계속돼 러시아 전역이 준전시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7일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0일로 예정된 독일 방문도 취소한 채 인질 테러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초강경 대응 △강온 양면 전략 △유화책 전환 중 초강경책 유지를 전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6일 외신기자 및 서방 전문가들과의 면담에서 “어린이 살해범들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체첸 망명 정부의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은 자신들은 이번 인질사태와 관련이 없다며 대화를 제의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인질 사태로 러시아군의 체첸 주둔이 연장되고 체첸에 대한 크렘린의 직접 통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샤밀 바사예프 등 반군 지도자들에 대한 추적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많은 인질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서방의 비난 여론에는 “반군이 알 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으로 맞설 방침이다. 체첸전도 국제적인 대테러전의 일환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러시아가 체첸에서 러시아군을 철수시키고 반군지도자들의 수배를 해제하는 ‘유화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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