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대부분의 나라는 러시아 정부의 속뜻을 헤아리면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인질 테러를 계기로 과거처럼 세계 전역을 작전지역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후 상당수의 해외 군사기지를 폐쇄했다.
▽엇갈린 반응=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8일 “유엔헌장은 자위권을 부여하고 있고 개별 국가가 테러 위협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 고위 관리도 이날 “모든 국가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에르베 라수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테러와의 싸움은 유럽연합(EU),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유엔 등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레셉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도 “아무리 강한 나라라도 일방적인 방식으로 테러와 싸울 수는 없다”며 러시아 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외국에서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테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목표는?=러시아의 선제공격은 일단 ‘표적 제거’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체첸 망명 정부 특사로 영국에 머무르고 있는 아흐메드 자카예프는 “러시아는 우선 러시아의 탄압을 피해 해외에 망명해 있는 체첸 지도자들부터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러시아 보안당국은 8일 체첸반군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와 샤밀 바샤예프에 대해 각각 3억루블(약 117억54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러시아는 올해 2월 카타르에 망명 중인 젤림한 얀다르비예프 전 체첸 대통령을 암살하기도 했다.
그루지야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내 판시키 계곡에 체첸반군의 은신처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루지야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러시아가 침공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만약 그루지야 공세에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군사 개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고르바초프의 고언=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에 없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푸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판하면서 체첸전을 ‘의미 없는 전쟁’으로 규정했다.
또 “(푸틴 대통령에게)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강경파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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