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부시兵風’ 조작?

  • 입력 2004년 9월 12일 18시 49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텍사스주 공군 방위군 복무를 둘러싼 ‘워싱턴판 병역 공방’이 30년 이상 지난 타자기의 폰트(활자체)에 관한 논란으로 번졌다.

CBS 방송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은 8일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주 방위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1972∼1973년 당시 지휘관이었던 제리 킬리언 중령이 작성했다는 4건의 메모 문건을 공개했다.

킬리언 중령의 서명이 들어 있는 이 문건에는 부시 대통령이 지시대로 신체검사를 받지 않았으며 킬리언 중령 자신은 부시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를 잘해 주라는 압력을 느꼈다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문건에 사용된 활자체가 1970년대 초 군에서 사용된 타자기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이고, 오히려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영어 알파벳 ‘i’의 경우 타자기에는 ‘m’자와 같은 공간을 차지해 글자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의 문건에 나타난 ‘examination’ 이나 ‘will’ 같은 단어에는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로 작성된 것처럼 ‘i’의 양 옆에 그런 공간이 없다는 것.

또 ‘111th’의 경우 당시 대부분의 타자기 활자와는 달리 ‘th’가 우측 상단에 작은 글씨체로 표시되는 이른바 ‘어깨 문자’로 돼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CBS측은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자신들의 보도 내용을 확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CBS는 “이번 보도는 새로 발굴된 문서뿐만 아니라 킬리언 중령과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확실한 소식통들이 제공한 문서와 증거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공개된 이 문건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CBS가 확보한 문건이 원본이 아닌 데다가 여러 차례의 복사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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