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유로짜리 빵을 사면서 3유로를 내놓는 손님에게 점원이 거스름돈으로 20센트를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미안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 손님도 아쉬운 기색 없이 “그냥 20센트만 주세요”라고 말한다.
프랑스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센트(약 14원)짜리 동전과 2센트짜리 동전은 손님에게나 가게 점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유로화가 세상에 태어난 지 만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 두 가지 동전은 벌써 천덕꾸러기가 됐다.
1, 2센트짜리 동전 사용을 중단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디디에 레인데르 벨기에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내년부터 1, 2센트짜리 동전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두 동전의 실제 가치에 비해 동전을 찍어내고 유통시키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것이다.
벨기에에서 유통되는 1, 2센트짜리 동전은 전체 동전의 30%인 7억5000만개에 달한다. 벨기에 정부는 두 동전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소매상인들에게 5센트 단위로 계산하도록 권고했다.
네덜란드에선 이미 소매상 12만개 가운데 4만개의 상점에서 5센트 단위로 가격을 매기고 있다. 소매상연합회는 “동전을 세고, 모은 동전을 은행으로 가져가는 데 드는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매년 3600만달러(약 412억원)나 된다”고 주장했다.
핀란드는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된 직후부터 물건값을 5센트 단위로 매기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소액 동전 유통을 차단시켰다.
그러나 1, 2센트짜리 동전을 없애려는 움직임에 반발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독일이 대표적이다. 1센트 단위까지 정확하게 가격을 매기지 않으면 제조업체나 상점들이 가격을 슬그머니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소비자조합의 한 관계자는 “과거 에스쿠두가 유로로 바뀔 때 가격이 일제히 높아졌던 것처럼 소액 동전이 없어지면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절약정신으로 유명한 독일 사람들 역시 물가 상승을 우려해 1센트짜리 동전을 지키는 편에 섰다.
독일 재무당국은 최근 “사람들이 1센트짜리 동전을 집에 쌓아두고 있어 유통량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긴 했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의식해 1, 2, 5센트짜리 동전 18억개를 추가로 찍어내기로 결정했다.
1, 2센트짜리 동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재정통화 집행위원은 지난 주말 “다음번 EU 재무장관 회의 때 소액 동전의 운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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