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내년 1월 총선거에 앞서 다호크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등 쿠르드인들의 자치지구인 이라크 북부 3개 주에서 주민투표를 먼저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쿠르드 지도자들과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쿠르드인을 포함해 주민 200만명이 서명한 독립요구 탄원서를 제출했다.
▽독립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교차=이라크 내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인의 시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을 지배하는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의 강령 어디에도 ‘쿠르드족 독립’이란 목표가 없을 정도다.
따라서 7월 24일에 이은 이날 시위는 이라크전쟁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황 변화는 이전부터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1991년 걸프전 직후 3개 주에 대한 사실상 자치권을 누리고 있으며 3월 초 제정된 임시헌법에 그들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 전체 인구 2500만명의 20∼25%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기대만큼 불안감에 떨고 있다.
우선 그동안 독립을 위해 여러 차례 외세와 손을 잡았지만 번번이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6월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임시헌법을 승인한다’는 조항이 빠진 이라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쿠르드족의 독립국 기대는 자칫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시위대가 쿠르드인들의 주민투표로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자고 주장한 것도 내년 1월 선출되는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인들의 권리를 유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너무 먼 독립, 가까운 자치=이라크 내 쿠르드족 2개 주요 정당은 쿠르드족 국가가 건설되면 세계와 단절돼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독립보다 연방제와 헌법상 자치 보장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이는 미국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아무리 쿠르드족이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했더라도 그 대가로 ‘독립’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
워싱턴 포스트 밥 우드워드 기자는 ‘공격 시나리오’에서 “이라크전쟁 개전 2주 전인 3월 4일 백악관에서 비밀리에 열린 대통령과 국가안보위원회의 브리핑 회의에서 이라크전 목표의 첫 번째로 ‘이라크의 영토 통합 유지’가 꼽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 쿠르드족의 독립은 처음부터 배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들이 독립을 시도할 경우 이라크 내 아랍족은 물론 쿠르드족이 전체 인구의 10%에 이르는 터키와 이란 시리아 등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인접 국가들의 개입으로 ‘중동의 화약고’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방제가 무산된다면 ‘페시메르가’로 불리는 7만5000명의 쿠르드 민병대를 중심으로 한 저항으로 이라크는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