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14일 유엔본부 출입기자단과 예정했던 위성 기자회견을 끝내 하지 못했다.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는 같은 날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선수단장 자격을 돌연 취소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모두 중국 때문이었다.
천 총통은 이날 유엔총회 개막에 맞춰 미국 뉴욕 유엔본부 내 유엔특파원협회(UNCA) 사무실에서 출입기자단과 위성회견을 갖기로 하고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항의를 받아들인 유엔 사무국이 이를 돌연 제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무국측은 “1971년 유엔총회 결의안 2758호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이 유엔의 유일한 합법 대표인만큼 대만 대표는 영상(映像) 또는 다른 방법으로 유엔 건물에 나타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막았다.
UNCA 토니 젠킨스 회장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람과 만나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언론인에게는 산소와 같은 것”이라며 “유엔측의 조치는 검열에 해당한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UNCA는 유엔본부 인근 호텔에서 위성회견을 갖겠다는 대만측의 대안에 대해서도 “유엔본부 이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한편 우 여사는 17일 개막되는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14일 현지에 도착했으나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로부터 대만 선수단장 자격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 여사는 이미 IPC로부터 선수단장 신분카드까지 발급받은 상태.
IPC는 “우 여사는 대만 장애인체육협회 명예회장인 만큼 선수단장 자격에 맞지 않으며 장애인체육협회장이 단장이 돼야 한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우 여사는 선수촌 출입이 금지됐다. 선수들도 접견실에서 면담해야 했다.
우 여사는 1985년 남편의 선거운동을 돕다가 돌진해 온 트럭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대만측은 “IPC가 배후 암흑세력에 굴복해 대만을 차별하는 야만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다”고 항의했으나 IPC는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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