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강공=미군은 8월 한 달간 이라크 남부 강경 시아파 진압에 힘을 쏟았다. 이달 들어서는 수니파 지역인 중서부와 저항세력의 근거지로 알려진 북부에 대한 공격도 강화했다. 9일과 13일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추종세력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팔루자의 민가를, 12일에는 시리아와의 국경에 인접한 탈아파르를 공습했다. 미군의 강력한 공격은 민정 이양을 앞두고 저항세력을 무력화하려는 ‘정지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라크 민간인이 대거 희생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12일 바그다드 하이파 거리에서 미군 헬기가 무차별 발포해 민간인이 사상하는 장면이 CNN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됐다. 당시 알 아라비야TV의 프로듀서 마진 투마이시가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다 피를 흘리면서 사망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같은 날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라크에서 지옥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터널에 갇힌 미국=뉴욕 타임스는 14일 최근 공습으로 미군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항세력의 공격→미군의 무리한 진압작전→민심 이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미군이 싫다”는 이라크인의 인터뷰가 이 신문에 실리고 “미국 신문이 이라크의 좋은 면만 보도하고 있다”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발언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실리는 등 미군의 부정적인 면이 국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군이 설정한 재건 일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가지 알 야와르 대통령은 14일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유엔이 내년 1월 총선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총선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 사설을 통해 “미군이 1000명 사망하는 동안 이라크인은 최소 1만∼3만명이 사망했다”며 “이라크에서 미군의 존재가 해결책인지, 문제점인지 의문이 드는 현 시점에서 미국은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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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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