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이라크, 美대선 이후 바뀔까

  • 입력 2004년 9월 16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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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 후보가 이라크전쟁을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때에 치러진 잘못된 전쟁’이라며 조지 W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상원의원으로서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그는 그간 이 문제에 관해 제대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대안도 내놓고 있다. 동맹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이라크의 군대와 경찰을 속히 훈련시켜 스스로 국가를 지키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해 미국의 재정 부담과 미 병사의 위험을 줄이면서 4년 내에 미군을 완전 철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담과 위험을 전가시키는 것만 염두에 둔 것 같다. 유권자용이란 점을 알기는 하지만 너무 이기적이다.

6월 말 과도정부가 탄생해 미군의 점령 통치는 끝났지만 이라크는 아직도 전쟁터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서 우세였던 수니파가 많이 살아 ‘수니 삼각지대’로 불리는 중부와 바그다드의 치안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던 ‘족집게식’ 파괴 작전은 실패했다. 권력 중추부를 고정밀 무기로 파괴하면 정권을 일거에 와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권력을 흩어지게 했을 따름이다. 무기와 탄약도 뿔뿔이 흩어졌다. 과거 군이 보유했던 탄약 수십만t 가운데 아직도 수만t이 행방불명이다.

치안이 불안해 투자가 없고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은 40%에 가깝다. 치안이 더욱 나빠지니 각 부족과 종파는 민병대를 키우고 정부 통치력은 더 약해지고 있다.

미 점령 당국의 고문을 지낸 래리 다이아몬드는 현재 이라크 문제의 핵심을 ‘정부는 있어도 나라가 없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폭력을 관리하는 능력이 없는 과도정부 아래에서는 다수파의 지배와 책임, 소수파의 보호와 존중을 모두 보증하는 민주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민족 종교 종파 부족간 증오와 공포, 그들 여러 세력과 이란(시아파) 터키(쿠르드인 문제)의 관계, 해외이주자와 일반 이라크인 사이의 불신감, 석유의 멍에, 횡행하는 무기. 미국의 군사적 존재가 분열과 내전을 간신히 막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이 대의명분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유엔이 인정하지 않았다. 대량살상무기(WMD)는 없었다. 후세인 정권과 알 카에다의 내통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3일 의회 증언에서 후세인 정권의 WMD에 관해 “비축된 곳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발견할 가능성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전 직전인 지난해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했던 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는 “왜 사실과 다른 판단을 내렸는지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메스를 가해야 할 것은 정보보다 정책의 결함이다.

전쟁만이 아니다. 미 국방부 주도의 점령과 이라크 국민평의회 구성도 대의명분이 없다. 현재의 과도정부도 미국의 앞잡이로 보일 뿐이다. 내년 초 의회선거 역시 이라크인에게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부시 정권은 기존 정책만 고집하고 민주당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9·11테러 후 미국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민주주의 기능이 약해진 것이 아닐까. 이는 미국이나 이라크는 물론 세계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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