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중국호(호)는 순항할 것인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미국에 필적할 잠재적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그러나 도농간 계층간 빈부격차 등 정치 사회적 불안, 주변국과의 갈등은 중국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권을 위임받은 후진타오 주석이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긴급시리즈를 통해 점검해 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제16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6기 4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물려받음으로써 중국의 당 정 군 3권을 장악한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한 ‘혁명 제4세대’로 정치권력이 확실하게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추종했던 상하이방(上海幇)의 세력이 건재한 데다 후 주석의 카리스마가 강력하지 않아 당분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은 정치, 경제, 외교 전반에서 과거와는 다른 통치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치는 당분간 ‘동거 체제’로=‘권력의 핵’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에서 후 주석은 여전히 상하이방에 포위된 형국이다. 9인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칭린(賈慶林) 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황쥐(黃菊) 상무위원 등 절반이 상하이방으로 분류된다.
군부 내 권력기반도 아직 취약한 상태다. 장 전 주석이 14년 10개월간 군사위 주석직에 있으면서 79명의 상장(대장)을 배출한 데서 보듯이 군부 내 장 전 주석 추종 세력도 뿌리가 깊다.
따라서 후 주석은 당분간 이들과 타협하는 가운데 자신의 ‘이민위본(以民爲本·백성을 국정의 근본으로 함)’ 정치철학을 확산시키면서 당의 집권능력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균형발전론’=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으로 이어져온 ‘선부론(先富論·동부 연안을 먼저 발전시킨 뒤 내륙으로 확산)’은 후 주석 시대에는 ‘균형발전론’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이 동부 연안의 경제개발 지역을 주로 시찰했던 것과 달리 후 주석은 총서기 취임 이후 서부와 내륙 농촌의 빈농을 찾는 서민적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달 22일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 기념연설에서는 “개인 풍요의 기초를 쌓는 1단계와 나라 전체의 경제발전을 가져오는 2단계를 거쳐 이제 십수억 인민의 생활을 샤오캉(小康·중등생활) 수준에 이르게 하는 제3단계에 진입했다”고 ‘균형발전론’을 제시했다.
급속한 개혁개방으로 인한 지역 및 도농(都農) 격차 등 부작용을 시정하면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균형발전론에는 정치적 함의도 내포돼 있다. 상하이방의 세력 근거지가 경제 우선발전 지역인 동부 연안이라면 서부와 동북지방 등 내륙을 발전시키겠다는 균형발전론은 후진타오가 자신의 세력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올해 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주도한 긴축정책에 대해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서기가 극력 반발했던 것도 이런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대외정책은=대만과 미국에 대한 외교정책은 상대적으로 온건해질 수도 있다. 중국의 대외 강경정책이 장 전 주석과 후 주석 세력간의 권력 각축 때문으로 분석돼 왔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이제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유연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후 주석은 강경 성향의 장 전 주석과 달리 타협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대만 독립 움직임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대화도 해나가는 등 적극적인 양안 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있다.
대미 정책에서도 미국 일각에서 재부상하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테러 전쟁 등 국제 현안에서 미국과 적극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군사위 주석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 주석의 약칭으로 국무원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한다. 인민해방군과 준(準)군사조직인 무장경찰을 통괄하는 군의 최고통수권자이다. 중앙군사위는 15대까지 정원이 11명이었으나 2002년 11월 제16기 1중전회에서 70세 이상의 제3세대 장성들이 퇴진한 뒤 8명으로 운영돼 오다 이번 4중전회에서 11명 체제로 복원됐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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