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정점으로 한 3세대 지도부만 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형제국’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정서가 강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이래의 유산이다.
그러나 혁명 후 세대인 후진타오(胡錦濤)의 4세대 지도부는 그런 ‘유산’으로부터 자유롭다. 장 전 주석의 사임과 후 주석의 당 정 군 장악으로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탈(脫) 마오쩌둥화, 탈 이념화’의 색깔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3년 국가주석 자리를 후 주석에게 물려준 장 전 주석이 ‘반퇴(半退)’의 형식으로 군사위 주석을 유지하며 중국 공산당의 이념노선을 장악하고 있을 때도 학계 일각에서는 “북한은 더 이상 형제국이 아니다” “중국의 대북한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불거져 나왔다.
근본적인 대북관계 기조뿐 아니라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목표로 한 6자회담에도 직간접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6자회담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제 해결에 이를 정도의 대북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4세대 지도부 일각에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장 전 주석이 건재할 때에는 공론화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후 주석은 다를 수 있다. 2008년 올림픽에 이어 2020년 명실상부한 미중(美中) 2극체제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후 주석은 특히 미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려 할 것이고, 북한 핵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하게 대북압박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후 주석은 그러면서 미국과 함께 ‘남북한의 균형자 역할’을 강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의 관계는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후 주석의 승인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통합하기 위해 중화 민족주의를 한층 강화할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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