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뒤 테러와의 전쟁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각국 대표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더구나 아난 총장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사회의 법치주의 실종을 거론했다.
▽부시 대통령 연설=부시 대통령은 “미군 주도 연합군은 바그다드의 무장해제라는 국제사회의 정당한 요구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2년 11월 이라크가 유엔의 무기사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만장일치로 경고한 것을 지적하며 이라크전은 무뢰한 독재자로부터 이라크 국민을 구해낸 ‘정당한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 국민은 주권을 회복했다”며 “유엔과 회원국들은 안전하고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이라크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사법부 독립과 언론 자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관리 등 민주주의를 지원하기 위해 ‘민주주의 기금’을 유엔 내에 창설하자는 제안도 했다.
▽아난 총장과 각국 대표 반응=아난 총장은 부시 대통령에 앞선 개막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최근 이라크전쟁을 유엔헌장에 부합하지 않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학대를 ‘법치주의의 실종’이라고 지적했다.
아난 총장은 “어떤 국가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국내에서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국가는 외국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법치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한 잔인한 민간인 살상과 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 등을 예시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약탈적 행동으로 이익을 독점하는 행위를 용납하는 세계화에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으며 많은 세계 지도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반응을 주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문제는 부시 대통령과 공감하지만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총회에 국가원수가 참석하지 않고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부시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총회 참석자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연설이 모두 끝난 뒤 한 차례 의례적인 박수만을 보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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