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상파 방송 메인 뉴스와 앵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NBC ABC CBS 등 미국 주요 지상파 방송의 저녁 뉴스가 케이블TV의 약진과 예산 압박, 탐사보도의 쇠퇴 등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병역특혜 조작 문건을 보도한 ‘CBS 파문’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케이블 뉴스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 지상파 방송 뉴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달 초 공화당 전당대회 보도에서는 케이블 방송인 폭스뉴스가 3대 지상파 방송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 초까지 10% 정도였던 3대 지상파 방송의 저녁 메인 뉴스 시청률은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결과 1991년 1360만명이었던 ABC의 ‘월드 뉴스 투나잇’ 시청자는 900만명으로 줄었다.
방송사들이 폭로성 보도보다는 가벼운 뉴스에 관심을 갖는 것도 메인 뉴스가 위축되는 요인이다. 방송사들이 위험이 따르는 탐사보도를 꺼리는 바람에 특종 보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뉴스에 배정된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대신 방송사들은 토크쇼, 소비자 정보, 유명인의 주변 이야기 등 가벼운 뉴스 제작에 치중하고 있다. 저녁 뉴스의 연간 매출이 1억달러 정도인 데 비해 가벼운 아침 뉴스쇼의 매출은 5억달러에 달한다. 소비자의 입맛을 쫓는 것.
앞으로는 에드워드 머로나 월터 크롱카이트처럼 과거 ‘전설적인’ 앵커들이 누렸던 영화가 재현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앵커들의 뒤를 이을 만한 스타도 보이지 않는다.
CBS 앵커 댄 래더는 72세, ABC의 피터 제닝스는 66세, NBC의 톰 브로코는 64세다. 이 중 NBC만 브로코의 후임을 결정했다. 이들 노장이 앵커시대의 ‘마지막 불꽃’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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