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조성수씨 “이라크선 모든 외국인이 적”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5분


“이라크에서 그나마 안전한 곳은 미 대사관이 있는 수도 바그다드의 그린 존(Green Zone)뿐이다. 그 밖에는 레드 존(Red Zone)으로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

올해 1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이라크에서 활동하다 10일 전 귀국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조성수(趙誠秀·36·사진)씨가 전하는 이라크의 치안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조씨는 “차라리 이라크전쟁 기간이 더 안전했다”면서 “물 한 병을 사고 싶어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3배나 비싼 호텔 생수를 사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군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을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 언론들도 이라크 취재 인력을 모두 현지인으로 대체했다.

조씨는 “이제는 미국과 이라크 저항세력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과 전체 이슬람의 전쟁으로 비화됐다”고 지적했다. 4월 말부터 두 달 동안 유혈충돌이 벌어진 팔루자에서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이슬람 무자헤딘들을 목격했다는 것.

“알 카에다와 연계된 해외파 무자헤딘을 이끄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와 수니파 저항세력의 우두머리인 아부 압둘라가 팔루자에서 힘을 합쳐 ‘유일신과 성전’이란 연합체를 만들었다. 이 조직의 깃발을 중심으로 해외파 무자헤딘이 모여들고 있다.”

조씨는 한국의 자이툰부대가 파병된 아르빌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쿠르드 지역은 사담 후세인 시절부터 알 카에다 연관 세력이 활동하는 지역이어서 언제든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파병 직전인 8월 말 ‘유일신과 성전’ 밑에 있는 ‘안사르 알 순나’의 하부조직 ‘검은 깃발’이 한국군과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는 비디오테이프를 자신에게 보내 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포토에이전시 ‘폴라리스’ 소속인 조씨는 1998년부터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해 왔다. 2002년 10월 처음 이라크 땅을 밟은 뒤 팔루자, 나자프, 키르쿠크, 사드르시티 등 이라크 전역에서 10여 차례의 종군취재를 통해 전쟁의 참혹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이미 미국 ‘타임’지 표지 사진으로 여러 차례 게재됐다. 이 과정에서 인질로 붙잡혀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도 수차례 넘겼지만 덕분에 수니파 시아파 저항세력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조씨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휴전선 철책까지 민족 분단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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