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황의돈 사단장은 도착 즉시 니제르반 이드리스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를 만나 안전문제를 협의했다. 안전문제는 평화재건활동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기심 어린 아르빌 주민들=자이툰부대가 아르빌에 도착했을 때 잠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오전 7∼8시 출근시간대였기 때문이다. 아르빌 주민들은 갑자기 대규모 병력이 들이닥치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고 한다. 낯선 이방인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고 합동참모본부는 전했다.
자이툰부대의 주둔지는 아르빌시에서 서쪽으로 5km 떨어진 라슈킨 지역. 낮은 구릉지대의 100만평 규모다. 주둔지 맞은편에는 미군기지가 있는 아르빌 공항이 있다.
아르빌은 이라크에서 비교적 치안이 양호한 곳으로 꼽힌다. ‘페슈메르가’라고 불리는 쿠르드 민병대 4만2000여명이 치안을 자치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 테러 ‘무풍지대’는 없다. 아르빌에서도 6월 말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2월 초에는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쿠르드민주당(KDP) 건물에 동시 폭탄테러가 일어나 109명이 숨지기도 했다.
▽인접 도시는 전쟁 수준=아르빌에서 서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모술은 크고 작은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모술은 미군 관할지역이어서 저항세력의 집중 타깃이 되었다. 아랍계 테러범들이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위해 모술로 모인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아르빌에 체류 중인 프리랜서 PD 김영미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모술은 ‘제2의 팔루자’로 불릴 만큼 치안상황이 불안하다”고 전했다. 그는 “모술의 불똥이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는 아르빌에 언제 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아르빌에서 남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유전도시 키르쿠크도 끊임없이 테러가 일어나는 요주의 지역이다.
한국인을 겨냥한 표적 테러 경고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검은 깃발’이라고 밝힌 테러단체는 자이툰부대의 파병을 지적하며 “한국인과 한국군을 공격하겠다”는 비디오테이프를 한국의 한 방송사에 전달했다.
▽종족갈등이 변수=12일 아르빌 남동쪽 술라이마니야에서는 2000여명의 주민이 쿠르드 지역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내년 1월 구성될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족의 권리를 말살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과도정부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이들의 요구가 무산되면 저항세력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PUK측은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라크 과도정부에 협력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정상률 교수는 “한국 정부는 자이툰부대가 딜레마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철군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주문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위문편지 보내려면…▼
22일 이라크 아르빌에 안착한 한국군 파병부대인 자이툰부대 장병들에게 국내 가족과 친지는 물론 일반인들도 위문편지와 소포를 보내는 일이 가능하다.
국방부는 우편물의 받는 사람 주소란에 한글로 ‘이라크 자이툰부대, 계급 ○○’라고만 간략히 적어 발송하면 주한미군과 미 육군 운송망을 통해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부대로 배달된다고 밝혔다.
우편요금은 580원이며, 소포는 20g 이하는 580원, 20g을 초과하면 3급지 소포요금제에 따라 요금이 늘어난다.
이라크는 만국우편연합(UPU) 규약에 의해 국제 군사우편물 발송이 금지된 국가이나 정보통신부와 주한미군측이 최근 우편물 발송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우편업무가 가능해졌다.
▼아르빌주 개요▼
○ 인구(2003년 기준):129만명(아르빌시 86만명)
○ 종족:쿠르드족 98%, 기타 2%
○ 언어:공용어는 쿠르드어와 아랍어. 영어도 통용 가능
○ 기온:연평균 섭씨 18∼20도. 7, 8월은 50도까지(현재 45도 안팎)
○ 치안:경찰(3500여명·교통통제), 페슈메르가(4만2000여명·도시 외곽 경비 등 정규군 임무)
○ 지형:해발 400∼1000m의 고원지대. 대부분 구릉지역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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