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오늘]파리에 ‘절대암흑’ 식당 등장

  • 입력 2004년 9월 24일 17시 29분


“이건 토마토 같은데 뭔지 정확하게 모르겠네.”

앞에 놓인 음식이 어떤 종류인지를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대화가 식당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인근에 7월 문을 연 이색 식당의 풍경이다.

‘어둠 속에서(Dans le noir)’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 식당에서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내부에 빛은 전혀 없으며 두꺼운 커튼으로 빛이 새 들어 올 가능성마저 차단했다. 휴대전화 시계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주인 에두아르 드 브로글리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새로운 감각이 눈을 뜬다”고 말한다. 시각을 잃는 대신 후각 촉각 미각이 더욱 발달해 새로운 식도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손끝에 감각을 집중시켜 물잔 접시 포크 사이로 손을 움직인다. 음식이 나올 때면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웨이터는 7명.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손님들은 웨이터의 어깨와 팔에 매달려 테이블로 향한다. 웨이터 토니 봐블레는 “이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됐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시각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한 미국인 관광객은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을 미리 경험하기도 했다. 식당이 문을 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완벽한 어둠을 만들기까지 몇 달이 걸렸고, 영업 허가를 받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비상구를 가리키는 전등조차 없기 때문이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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