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비글리가 철창에 갇혀 도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이 방영되면서 그의 귀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들(유일신과 성전)은 현재까지 우리와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그들이 접촉해 온다면 즉시 이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의 이 발언은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영국 정부의 원칙을 일부 양보, 대화의 여지를 열어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P통신은 30일 이라크 무장단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인 참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중동지역에서도 들끓었고 이 점이 ‘유일신과 성전’을 이끄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등 테러리스트들에게 영향을 주었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및 이집트 출신 인질들이 최근 석방된 것도 비글리씨가 무사히 돌아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글리씨를 납치한 테러단체의 성격으로 볼 때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유일신과 성전’은 몸값을 원하는 단순 범죄 집단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테러조직이기 때문.
살해 시한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비글리씨의 효용가치가 다 하면 함께 납치돼 이미 참수당한 2명의 미국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든 외국인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인질 납치가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라크에서는 140명 이상의 외국인이 납치됐고 이중 26명이 살해됐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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