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이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비상사태 선포=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일 비상각의를 열고 가자지구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국제 인도주의 단체에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자치지구 내 모든 기관에 가자지구 주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지시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각료회의 후 “모든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자행하고 있는 살인 만행을 중단하도록 즉각적이고 빠른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사건은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 마을 스데롯에서 일어난 하마스의 민가에 대한 로켓 공격. 이 공격으로 2명의 이스라엘 어린이가 숨지자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참회의 날’ 작전을 승인, 무기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하마스 “그만 하자”, 이스라엘 “아직 멀었다”=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2000여 병력과 탱크 200여대, 헬기 등을 투입해 작전을 개시한 이후 3일까지 최소 58명의 팔레스타인 주민과 저항군이 사망했다. 3일 새벽에도 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AP 통신은 이번 작전이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인티파타(무장봉기) 이후 최대 규모의 공세라고 전했다.
피해 규모가 커지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일 이스라엘에 공격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무장 단체들에 로켓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침공과 점령을 중단하면 우리의 아들들도 로켓 공격을 끝낼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사실상 휴전을 제의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유화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샤론 총리는 3일 “이번 작전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며 공격을 중단할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아랍권 “국가 테러” 규탄=아라파트 수반은 “범죄국가이며 인종차별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겨냥해 저지르고 있는 만행은 비인간적이며 반도덕적이며 비열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아랍권도 일제히 동조하고 나섰다.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범죄 행위로 인해 아랍 역내에 유혈과 불안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집트의 아흐마드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침공을 계속하면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슬람회의기구와 요르단 정부 등도 ‘국가 테러리즘’과 ‘학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