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위협 가볍게 볼수 없다"

  • 입력 2004년 10월 3일 18시 19분


1일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방영한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얼굴사진. 알 자지라는 미국, 영국은 물론 한국도 공격하라는 알 자와히리의 녹음 테이프를 그의 얼굴과 함께 내보냈다. -두바이=AFP 연합
1일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방영한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얼굴사진. 알 자지라는 미국, 영국은 물론 한국도 공격하라는 알 자와히리의 녹음 테이프를 그의 얼굴과 함께 내보냈다. -두바이=AFP 연합
“언제 끝날지 모를 테러와의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한국을 공격 목표로 명시한 데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알 카에다의 메시지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에 대한 테러 첩보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있었지만 이번처럼 테러단체가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한국을 테러 대상으로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1일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를 통해 방영된 녹음테이프 내용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정보원은 “진위를 계속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기술 분석 결과 목소리의 주인공이 알 자와히리임을 확신한다”며 진본(眞本)임을 분명히 했지만, 해외 정보망을 통해 자체적으로 더욱 정밀한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관련 부처간에는 알 카에다가 이미 7월 초 이라크 파병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천명한 데 이어 이번에 공격 대상 국가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은 간단히 넘기기 어려운 사태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법무부, 군, 경찰 등 관계 부처와 기관이 2일부터 긴급 테러 경계령을 발동하고 대비 태세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공개적으로 한국을 테러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경찰특공대가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채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다.-권주훈기자

정부는 알 카에다 조직원이 국내에 잠입해 직접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나 1차적으로는 국내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 공관과 교민이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알 카에다가 최근 들어 테러 활동의 축을 동남아로 옮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치안이 불안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의 공관에는 특별 경계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아프리카 중동지역에는 △리비아 1164명 △사우디아라비아 1146명 △이집트 650명 △이스라엘 538명 △이라크 40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대형 테러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는 3만여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8, 9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인도 뭄바이에서 잇따라 대형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며 “알 카에다의 동남아지부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슬람 과격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휴일인 3일 재외국민영사국과 아중동국 직원 전원이 출근해 대책회의를 갖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최영진(崔英鎭) 차관 주재로 대테러대책반 긴급회의를 열어 각 공관에서 올라온 테러 관련 움직임 등 정보를 분석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4일 오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16개 부처가 참여하는 대테러대책위 실무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알카에다 테러위협 ‘발등의 불’…정부 비상경계 돌입▼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한국을 테러 공격 목표로 지목함에 따라 정부는 모든 재외공관에 교민 신변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긴급 지시하고 전국의 공항 항만 등 주요 시설에 대한 비상경계에 돌입했다.

정부는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알 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1일 “미국 영국과 함께 한국을 공격하라”고 촉구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재외공관 시설물과 한국 기업 관련 시설물 및 재산, 교민들의 신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강화된 조치를 취하도록 모든 재외공관에 긴급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도 3일 전군에 국가 및 군사 주요시설의 경계 방호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긴급히 내려보냈다. ‘707 특수임무대대’를 비롯한 특전사 부대와 화생방 방호사령부 등 대테러 작전부대에 대해서는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

특히 경찰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동남아 최대의 테러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 조직원들이 제3국을 경유한 뒤 항만을 통해 한국에 입국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인천과 경기 평택 등 항만의 출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외국의 정보기관들에서 이 같은 첩보를 여러 차례 입수했다”며 “지금까지 항만을 통해 제마 이슬라미야 조직원이 입국한 적은 없어 단순 첩보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국제 테러 용의자를 비롯해 주요 테러단체 조직원 4000여명에 대해 ‘반영구’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또 국제 테러분자나 테러 용의자가 위조 여권 등을 이용해 입국을 시도할 것에 대비해 위·변조 의심이 가는 여권은 반드시 정밀 감식하는 등 입국 심사를 강화했다.

한편 미 중앙정보국(CIA)은 한국과 미국, 영국에 대한 공격을 촉구한 알 카에다의 녹음테이프가 알 카에다의 2인자인 자와히리 본인이 녹음한 진본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CIA 관리가 2일 밝혔다.

1일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TV를 통해 방영된 녹음테이프에서 자와히리는 “이슬람 젊은이들이여, 우리가 죽거나 체포되더라도 뒤를 이어 (저항의) 길을 계속 가라. 신과 예언자를 배신하지 말라”고 성전을 촉구하면서 미국 영국과 함께 호주 프랑스 한국 폴란드 헝가리 노르웨이 일본 등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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