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2인자 알 자와히리가 한국을 공격 목표로 지목한 데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3일 “알 카에다의 메시지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1일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를 통해 방영된 녹음테이프 내용에 대해 일단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정보원은 “진위를 계속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기술 분석 결과 목소리의 주인공이 알 자와히리임을 매우 확신한다”며 진본(眞本)임을 분명히 했지만 해외정보망을 통해 자체적으로 더 정밀한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관련부처간에는 알 카에다가 이미 7월 초 이라크 파병국의 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천명한 데 이어 이번에 공격 대상 국가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점에 비추어 간단하게 넘기기 어려운 사태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법무부, 군, 경찰 등 관계 부처와 기관이 2일부터 긴급 테러 경계령을 발동하고 대비 태세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정부 일각에서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동맹국을 교란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알 카에다 조직원이 국내에 잠입해 직접 테러 공격을 가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1차적으로는 이라크 인근의 중동 지역 공관과 교민이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알 카에다가 최근 들어 테러 활동의 축을 동남아로 옮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치안이 불안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의 공관에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8월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호텔을 공격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인도 뭄바이에서도 연쇄 대형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며 “알 카에다의 동남아 지부 역할을 하고 있는 ‘제미아 이슬라미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테러 정보가 입수된 것은 없지만, 미 CIA는 물론 중동 및 동남아 지역 국가의 정보기관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알 카에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휴일인 3일 재외국민영사국과 아중동국 직원 전원이 출근해 대책회의를 갖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최영진(崔英鎭) 차관 주재로 테러대책반 긴급회의를 열어 각 공관에서 올라온 테러 관련 움직임 등 정보를 분석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NSC도 각 부처 및 기관이 테러 대비 매뉴얼에 따라 해당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오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16개 부처가 참여하는 테러대책위 실무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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