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서구식 민주정부’가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아프간 대통령 선거가 9일로 다가왔다.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된 연합군이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아프간을 침공한 지 3년 만이다.
하지만 탈레반 잔당이 선거방해 활동을 벌이는데다 미국은 친미 성향의 하미드 카르자이 현 과도정부 수반의 당선을 위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어 아프간의 민주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초 올해 6월로 예정됐던 아프간 대선은 치안불안 때문에 두 차례 연기됐다.
▽불안한 현지 분위기=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아프간 대선을 기회로 테러 대상 지역을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돌릴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이에 따라 카불 상공엔 아파치 헬기가 선회하고 있고 시내 곳곳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위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FP 통신은 2일 아프간 당국이 알 카에다, 탈레반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위험인물 25명을 체포했으며 폭발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카르자이 수반의 지방선거사무소에 폭탄을 설치하던 테러범 2명이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숨지기도 했다.
▽미국 대사는 선거 참모(?)=미국의 지나친 선거 개입이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영국 더 타임스는 4일 “잘마이 카릴자드 미국 대사가 카르자이 수반의 ‘선거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다른 대선 후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카르자이 수반의 승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일부 경쟁 후보들은 카르자이 수반의 경쟁자에 대한 미국의 매수설을 제기할 정도. 모하메드 모하키크 후보는 “카릴자드 대사가 ‘후보 사퇴를 하면 내각에 한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간섭이 민주선거를 해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누가 나오나=총 1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 출신인 카르자이 현 수반이 가장 유력하다. 최대 경쟁자는 우즈베키스탄 군벌 출신의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 나지블라 정권 시절 옛 소련군의 침공에 맞서 아프간군을 이끌었던 그는 주민들로부터 ‘살아있는 전설’로 존경받고 있다.
북부동맹 지도자로 2001년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던 유누스 카누니 전 교육부장관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소아과 의사 마수다 잘랄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자라족 출신 모하키크도 대권에 근접한 후보 중 한 사람.
워싱턴 포스트는 4일 “유권자들은 무력을 앞세워 특정 후보 지지를 요구하는 지방 군벌들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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