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극장은 관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316석 규모의 이 극장에 340여명의 관객이 찾아왔기 때문. 일부 관객은 계단에 보조석을 놓고 관람해야 했다. ‘갈매기’는 김호정, 조민기씨 등 인기배우들과 연출가 전훈씨 등 스태프들이 체호프를 기리기 위해 전원 ‘노 개런티’로 참여해 무대에 올린 연극이다.
계단까지 보조석이 놓였지만 정작 이 극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인 R석 한가운데 자리인 ‘B열 77석’은 공연 내내 비워져 있었다. 대신 이 자리에는 체호프의 사진이 담긴 액자와 ‘안톤 체호프 님’이라고 쓰인 티켓이 놓였다.
전훈씨는 “연극인들에게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체호프를 기리기 위해 가장 좋은 좌석만큼은 판매하지 않고 매회 체호프 이름으로 티켓을 발권해 비워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의 관람료는 5만원.
‘체호프 님’의 앞자리에 앉았던 관객 유지인씨(29·회사원)는 “체호프를 위해 바쳐진 연극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가장 좋은 좌석까지 비워놓은 걸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이런 사실을 몰랐던 배우들도 연기를 하던 도중 객석에 ‘앉아 있는’ 체호프를 발견하고는 흐뭇해했다. B열 77석은 무대에서도 잘 보이는 위치.
극중 ‘소린’ 역을 맡은 중견배우 우상전씨는 “무대에서 객석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며 “‘체호프 선생이 우리가 올린 공연을 보러 와 줬구나’하는 느낌과 함께 100년 전에 숨진 그와 같이 작업하는 듯 해 가슴 뿌듯했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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