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뒤 ‘강소국’ 건설을 위해 매진했던 부친 리콴유(李光耀·81) 전 총리의 ‘철권통치’에 불만을 가진 국민에게 화합의 손길을 내민 것.
국민행동당(PAP)의 39년 집권 동안 싱가포르는 야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정도로 통제가 심했다. 따라서 그의 국정운영방침은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외신들은 그가 총리 취임 두 달을 맞아 ‘개혁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풀리는 경제=경기회복은 리 총리의 최대 원군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8∼9%를 넘어 두 자릿수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싱가포르 경제는 중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성장률이 높다. 지난해 1.1%에 머물렀던 성장률이 올 1·4분기(1∼3월) 7.4%에 이어 2·4분기(4∼6월) 11.7%로 질주했다. 이대로만 가도 올해 8.5%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도 3년 내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리 외교=리 총리는 취임 직전 대만을 방문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취임 후에는 “대만이 먼저 전쟁을 일으키면 우리는 대만을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리 총리가 사실상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친미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외신들은 싱가포르가 미국과 중국의 외교 게임에서 실리를 챙기는 ‘줄타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개혁으로 정면 돌파=‘아버지의 후광’ ‘무임승차’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에게는 과제도 적지 않다.
가족들이 줄줄이 요직에 앉아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부인이 국영금융회사 테마섹홀딩스를, 남동생 리셴양은 싱가포르 대표기업인 싱가포르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맡아 ‘리씨 왕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인도 홍콩 등과 벌이는 아시아 허브 경쟁도 그에게는 숙제. 실제로 제너럴모터스(GM) 등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싱가포르에서 상하이(上海)로 옮기겠다는 불길한 소식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가 ‘개혁의 칼’을 꺼내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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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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