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퍼보고서 후세인 리스트]“후세인과 뒷거래 있었다”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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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의 정치인 및 기업인의 이름이 담긴 ‘후세인 리스트’가 7일 공개되면서 미국 정가를 포함해 국제정치 무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명단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샤를 파스콰 전 프랑스 내무장관, 러시아 대선 후보였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가 포함돼 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는 없었다’고 결론 내린 ‘듀얼퍼 보고서’가 출처다.》

▽석유 거래권=후세인 리스트는 이라크가 발행한 ‘석유 거래권’의 비밀 수혜자 명단을 말한다. 1991년 1차 걸프전 이후 유엔이 이라크의 원유 수출을 막았지만 후세인은 “미국이 무고한 민간인의 식량과 의약품을 빼앗는다”고 호소해 적은 양의 원유수출권을 가까스로 얻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거래권은 주요국 거물정치인이 챙겼다. 거래권은 즉시 배럴당 10∼35센트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을 붙여서 되팔 수 있기 때문에 거래권 배정 자체가 수억∼수십억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는 특혜다.

후세인은 석유거래권 밀거래를 통해 11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기업의 명단은 ‘비밀유지법’을 근거로 공개되지 않았다.

▽수혜자는 반미(反美) 연대그룹(?)=막대한 이익은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사들이 주로 챙겼다.

보고서는 “후세인이 직접 거래권 배당자를 골랐고, 이런 거래를 통해 유엔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후세인의 로비 대상자 가운데는 유엔 석유·식량(oil-for-food) 프로그램의 베논 세반 전 대표 등 국제정치 무대의 거물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이라크는 이런 특혜 구도를 국제무대에서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데 적절히 활용했고, 이렇게 얻은 돈은 WMD를 추진하고 개발할 의지를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분석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장하는 후세인 제거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부시 캠프는 이날 “만약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경제제재를 풀었더라면 후세인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WMD 개발에 나섰을 것”이라고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라크에는 WMD가 없었다’는 듀얼퍼 보고서의 내용으로 전날 궁지에 몰렸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유권자들이 듀얼퍼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느냐의 여부가 올 대선에 결정적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듀얼퍼 보고서로 요동치는 미국 대선 정국
◇1차 공개 후(6일)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WMD) 갖고 있지 않았다” : 궁지에 몰린 조지 W 부시 대통령
―존 케리 민주당후보 :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왜 그가 재선되면 안 되는지 잘 알 수 있다.”
―부시 대통령 : “전쟁시작 당시 확보한 정보로서는 전쟁이 옳은 결정이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없어진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
◇2차 공개 후(7일)
▽“후세인이 원유 뒷거래로 WMD 개발의지를 키워갔다” : 반격에 나선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 “후세인이 석유밀수로 얻은 돈으로 WMD를 추진하고 개발할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라크 경제제재를 풀었다면 막대한 돈이 테러리스트에게 흘러들어 갔을 것이다.”-민주당 : 아직 공식반응 없음.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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