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대륙 아프리카를 푸르게”…3000만 그루 심은 나무여왕

  • 입력 2004년 10월 8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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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트리우먼(tree woman)’.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 케냐 환경·천연자원·야생생물부 차관은 이렇게 불린다. 아프리카 전역을 녹화하겠다는 꿈을 꾸며 여성이 중심이 된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했고, 지금까지 약 3000만그루의 나무를 아프리카 전역에 심었기 때문이다.

그는 1977년 집 뒤뜰에 나무를 심으며 ‘그린 아프리카’의 꿈을 키웠다. 1986년 운동을 ‘범아프리카 그린벨트 네트워크’로 넓혀 다른 나라에도 확산시켰다. 소속 단체 1500개의 회원 5만여명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푸르게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40년 출생, 미국으로 유학을 가 1966년 피츠버그대에서 이학석사(생물학)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나이로비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중동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여성으로서는 첫 박사학위 소지자였고 나이로비대 최초의 여성 교수(동물해부학)가 됐다.

그가 항상 탄탄대로를 달린 것은 아니다. 남성 위주의 아프리카 사회는 똑똑한 여성이 홀로 헤쳐 나가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 그의 남편은 “(아내가) 너무 많이 배웠고 너무 성공했다”며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다.

그린벨트 활동도 남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전통을 어겼다는 점 때문에 정부의 홀대를 받았다. 1998년 그와 그린벨트 네트워크 회원 10여명은 수도 나이로비 인근에서 숲을 없애고 호화 주택을 짓는 현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에 고용된 해결사 200여명은 이들을 마구 구타했다. 그는 피를 흘리며 경찰서를 찾아가 따졌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서명한 고발장을 내민 일화는 유명하다.

1998년에는 ‘2000년 연대’를 조직해 아프리카 빈국들의 채무를 2000년까지 탕감하자는 운동에 나섰다. 2002년에는 9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국회의원이 되었고 환경·천연자원·야생생물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올해 3월 독창적인 운동가에게 수여하는 소피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1991년 유엔의 아프리카 리더상과 1984년 노벨상에 버금가는 ‘올바른 삶 상’ 등 1983년 이후 20여개의 환경, 여성부문 상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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