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한 노벨위원회?…“나무심기가 평화와 무슨 상관”

  • 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37분


“‘나무 심기’가 평화에 기여하는 것인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8일 아프리카 환경운동가인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64)가 선정된 다음날 노르웨이 최대일간지 ‘아프텐포스텐’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노벨위원회는 “환경이 노벨 평화상의 주제가 된 것은 처음이며 평화상의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했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저명인사들은 안보와 평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노벨 평화상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부각되고 있는 때에 환경운동가에게 평화상을 수상함으로써 노벨위원회가 중요한 이슈를 비겁하게 비켜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에스핀 이디 전 노르웨이 외무차관은 “좋은 것이 곧 평화라는 관점을 버려야 한다”며 “평화상의 범위를 무리하게 확장하다가는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벨상 심사위원을 보좌관으로 두고 있는 진보당 칼 하겐 당수는 8일 방송에 출연해 “인권이나 환경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벨 환경상이 아니라 노벨 평화상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노벨위원회가 탈선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경 파괴가 기후 변화를 초래해 수백만, 수천만 인류를 빈곤과 기아로 몰아넣으면 결국 국가간 긴장과 갈등이 커진다는 논리다.

카리 위로치 전 노르웨이 총리는 “환경과 개발에 대한 문제는 테러와도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부유국과 빈곤국의 증오와 대립이 세계 안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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