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25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리스본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EU의 ‘미국 따라잡기’ 계획은 4년 전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3월 리스본에서 EU 정상들은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10개년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윔 콕 전 네덜란드 총리가 특별팀(태스크포스)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 특별팀이 만든 보고서가 내달 5일 EU 정상회담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리스본 프로젝트란=EU는 2000년 3월 리스본 정상회담에서 2010년까지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포괄적인 내용에 합의했다.
당시 안토니우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유럽은 사회적 응집력에서 미국에 뒤져 있다”고 전제하고 “각국간 경제 고용 과학 등의 정책 교류를 통해 미국의 독주를 막자”고 제안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디지털화가 급선무”라고 분위기를 돋웠다.
리스본 합의에는 금융시장 통합, 전기, 우편, 교통 서비스의 완전 자유화가 포함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배기가스 감축, 복지확대 등 사회 환경 목표도 정하기로 했다.
▽미국 추월 가능할까=EU는 가입국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영향력도 상당히 커진 것이 사실이다.
2003년 6월 말 기준으로 EU는 인구 4억5500만명에 GDP 10조4000억달러로, 미국의 인구(2억8900만명) 및 GDP(10조6000억달러)에 견줄 힘을 갖게 됐다. 중국보다는 EU가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견제 차원을 넘어 EU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리스본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은 2010년까지 성장률을 연간 3%로 높인다는 것이 뼈대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올 상반기 EU의 1인당 GDP는 미국의 70% 선에 머물러 있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5∼1%로 미국(2%)보다 크게 뒤져 있다.
▽걸림돌은 무엇=기술력은 EU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EU가 덩치로는 거대 공룡으로 변했지만 경쟁력에서는 미국에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WEF가 연구개발 등 8개 부문의 경쟁력을 조사했더니 EU 회원국의 평균 점수는 4.97로 미국(5.5)에 뒤졌다.
국가 이기주의가 사라질 가능성이 없어 EU 차원에서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개별 국가에서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 내 강대국들은 걸핏하면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자국이기주의 정책을 편다.
EU 역내무역의 80%가 상품 거래에 집중돼 통신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의 교역이 미미한 것도 미국을 추월하기 힘든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경제개혁에 초점을 맞춘 ‘리스본 프로젝트’에 배기가스 감축, 생물다양성 확보, 복지 확대 등 사회 환경 목표들이 추가돼 과도한 규제와 논란을 유발함으로써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스본 프로젝트 주요 내용▼
-2010년까지 경제성장률 3% 달성 및 고용률 70% 달성
-금융시장 통합
-가스 전기 우편 교통 완전 자유화
-GDP대비 연구개발비 3% 수준 유지
-배기가스 감축
-생물 다양성 확보 브뤼셀은 로비활동에 대해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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